미국 포퓰리즘 대선
"여러분은 11월 3일(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주시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주간 기다려야 할 것이며 그 사이 매우 나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선 유세 막판까지 자신이 패배하면 폭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총을 든 자신의 지지자들이 텍사스 주 고속도로에서 바이든 유세 버스를 위협하는 장면과 함께 "텍사스 사랑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폭력을 선동하기도 했다.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제도적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거나, 외국 정부와 협정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하는 등의 돌출 행동으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며 지지자의 열광과 반대파의 혐오를 불러냈다. 그 결과 미국은 최악의 분열에 직면해 있다. 올해 2월 미국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3%가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은 기본적 사실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반대 정당은 미국에 위협이냐'는 물음에 공화당 지지자69%, 민주당 64%가 긍정한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민주화 동향을 분석하는 연구기관 스웨덴 V-Dem(Varities of Democracy · 민주주의 다양성)의 주요국 정당 포퓰리즘 성향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포퓰리즘을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고, 합의보다 다수결로 결정하는 체제'로 정의하고 그 최대치를 1로 봤을 때, 미 공화당의 포퓰리즘 성향은 1982년 약 0.35에서 2018년 0.8 내외로 크게 강화했다. V-Dem은 트럼프의 공화당이 유럽 극우 정당과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수백 년 유지해 온 미국 공화당 시스템이 트럼프 등장으로 불과 4년 만에 무력화했다. 대선 때마다 패배한 당 간판이 사라질 정도로 인물 의존도가 높고, 실질적 민주주의 경험도 40년이 안된 우리 정치가 포퓰리즘 출연에 얼마나 취약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500일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에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0.11.03(화) / 한국일보 / 정영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