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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41년 논란 끝에 설치된다는데···

솔티22 2023. 2. 28. 11:43

  설악산은 5겹 울타리로 보호받는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천연보호구역이자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이다. 1982~2005년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5겹 규제를 뚫고 인공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오색케이블카 논쟁을 40년 넘게 끌어온 이유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어제 강원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오색리와 대청봉 왼쪽 봉우리인 끝청 하단 사이 3.3km 구간에 1000억 원을 들여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마지막 관문인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을 통과하면 연내 착공해 2026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사업 허가가 난 설악동 케이블카(권금성까지 1.1km 구간)에 이은 두 번째 설악산 케이블카다.

 

  외설악에 설악동 케이블카를 설치한 후 관광객이 몰려들자 강원도는 1982년 내설악 쪽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는 "자연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두 차례 불허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후엔 양양군이 사업 주체가 돼 재시동을 걸었다. 설악산을 끼고 있는 군은 양양 속초 고성 인제 4개 군인데, 강원도의 중재 끝에 경제 사정이 어려운 양양군을 사업 주체로 밀었다는 후문이다.

 

  강원도는 오색케이블카로 연간 12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 노인과 장애인도 설악산 경관을 즐길 수 있고, 탐방객들의 등산로 훼손을 막아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대쪽에선 케이블카 소음으로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도 결국 뚫리게 돼 대청봉이 권금성처럼 훼손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격렬한 찬반 논쟁과 수십 차례 행정 처분을 거치며 승인과 불허를 반복했던 사업이 이제 사실상 막바지까지 왔다.

 

  강원도는 숙원을 이뤘다고 환호하지만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 41년간 상부 정류장 위치는 중청 →대청봉 →끝청으로 바뀌어 왔는데 끝청에선 대청봉에 막혀 바다가 거의 안 보인다. 케이블카 설치 후에도 관광객이 기대만큼 오지 않으면 '전망의 한계'를 탓하며 대청봉 길을 열어 달라 할 가능성이 높다. 오색케이블카는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 허가 이후 30여 년 만에 설치되는 국립공원 케이블카다. 지리산 북한산 속리산 등 다른 국립공원 지역들이 설악산만 보고 있다. 조건부 허가인 만큼 설악산 생태 보호를 위한 방안들을 끝까지 챙겨야 한다.

 

2023.02.28(화) / 동아일보 / 이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