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비중 특히 높은 고령 운전자 사고
교통사고 사망자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7명)을 훌쩍 웃돈다. 38개국 중 28위로 많다. (2021년 기준). 한국은 보행자와 고령의 사망자 비중이 특히 높은데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사망에 이르는 교통사고에서 고령자는 핵심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셈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연평균 4.6% 증가하는 동안 운전면허 소지자는 10.2% 늘었다. 내년이면 고령자 중 운전면허 가진 사람이 절반가량이 된다. 고령 운전자가 느는 만큼 이들이 내는 교통사고도 증가 추세다. 문제는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낼 경우 치사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인구 대비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연령대는 20세 이하지만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내는 연령대는 65세 이상이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중은 전체의 29.2%였다.
정부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별 통계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한국보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 7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망사고 중 33%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착각하거나 핸들 조작 미숙으로 발생했다. 전방 부주의나 안전 미확인(각 21%)보다 비중이 컸다. 최근 3일간 서울광장 앞, 국립중앙의료원, 서울 강남 어린이집 근처에서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도 '돌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운전에 가장 중요한 시력은 60대가 되면 30대의 80% 수준이 되고, 돌발상황 반응 시간은 1.4초로 2배로 늘어난다.
한국이 고령 운전자로 인한 치사율이 높은 원인으로는 허술한 면허 관리가 꼽힌다. 면허 갱신 주기가 65~74세는 5년, 75세 이상은 3년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길고, 면허를 갱신할 때 적성검사와 인지능력 검사만 하고 도로 주행 시험은 하지 않아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 평가 결과 면허 유지나 취소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것도 고령자들이 면허 관리 강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인이다.
같은 고령자여도 신체와 인지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나이에 따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운전 능력에 따라 낮시간이나 일정 지역 내에서만 운전하게 하거나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과 이동권을 조화시키는 규제가 합리적이다. 고령자가 많이 사는 시골 지역에 가로등 같은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고 대체 교통수단도 늘려야 한다. 고령자 보행 속도에 맞춰 신호 시간을 조정하는 등 OECD 1.9배나 되는 고령 사망자 비중도 낮출 필요가 있다. 고령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함께 줄이는 것이 고령화 시대 주요 교통정책 과제다.
2024.07.05(금) / 동아일보 / 이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