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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용여처럼 황혼 드라이브!

솔티22 2025. 5. 19. 14:29

  올해 팔순인 배우 선우용여가 최근 개설한 유튜브가 화제다. 한 달 반만에 구독자가 20만 명에 육박하고, 영상마다 조회수가 100만 회를 가뿐히 넘는다. 매일 호텔 가서 조식 뷔페를 먹는 일상이 부러움 반 시기심 반의 반응이지만,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지독한 자동차 사랑이다. 운전면허를 딴 지 60년이 됐다는 그는 "운전이 제일 좋다. 경치를 보며 드라이브하면 너무 기분이 좋다"고 한다. 신차 구입 후 1년 3개월간 직접 운전해 전국 곳곳을 뛴 주행거리가 2만7,000km다.

 

  모든 고령 운전자가 선우용여처럼 '베스트 드라이버'일 순 없다. 하루가 멀다고 고령 운전자 사고 소식이 쏟아진다. 전남 무안에서 화물차가 주차된 차량 2대를 들이받고는 횡단보도를 지나던 보행자까지 치어 숨지게 했고, 서울 도봉구에서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들이닥쳐 인명피해를 낸 사고도 있었다. 주택 담벼락을 들이받고(창원), 주차장 벽과 충돌하고(광주), 가게로 돌진(서울 성동구)했다. 이게 다 최근 한 달 새 있었던 사고다. 운전자는 모두 70대, 80대였다.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2019년 전체 교통사고의 14.5%였지만 2023년에는 20%다. 사망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보다 높은 29.2%다. 한번 사고를 내면 대형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고령 운전자 전체를 싸잡아 따가운 눈총을 보낼 건 아니다. 같은 고령이라도 인지능력과 운전 실력은 천양지차다.

 

  지자체들이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에 적극적이지만, 돈 몇십만 원 받겠다고 자신의 '발'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지방 노인들 생계를 위해 운전하는 노인들은 더 그렇다. 적성검사 항목과 주기를 더 촘촘히 해 위험 운전자를 적극 걸러야겟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령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우선이다. 안전장치 도입 차량 확대, 고령자 우호적 도로 환경 조성 등이겠다. 나이 들어서 매일 호텔 뷔페를 먹지는 못해도, 드라이브를 만끽할 자유는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2025.05.19(월) / 한국일보 / 이영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