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포르도와 북한 영변·강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조기 귀국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목숨까지 위협하며,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다. 미국 언론은 미군이 이란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 폭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압도적 무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맡기지 않고,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하려는 이유는 이스라엘조차 가지지 못한 무기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군사 공격을 감행한 이스라엘의 최종 표적은 이란 중북부 산악지대 포르도다. 이곳 땅속 깊숙이 단단한 암반 아래에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된 우라늄 농축·보관시설이 있다. 미군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이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이스라엘 군에도 벙커버스터가 있지만 위력이 못 미친다. 또 폭탄 무게가 14톤에 달해 이를 실을 수 있는 폭격기도 미군 전략 자산인 B-2스텔스 정도다. 트럼프가 이를 동원하려는 것이다.
GBU-57은 2004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지하 깊이 건설되는 북한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하기 시작해, 트럼프 1기 중에 실전 테스트와 배치가 이뤄졌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자신 있게 북한 핵시설 폐쇄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북한을 겨냥했던 GBU-57이 이란으로 목표를 옮긴 것은 "이란이 농축우라늄을 무기로 전환하려 한다는 새로운 첩보를 입수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주장이 계기가 된 듯하다.
북한에는 이란 포르도 같은 핵농축 저장시설이 평북 영변과 평양 근처인 강선 등에 있다. 최근 영변에서 새 농축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하기도 했다. 포르도 핵시설이 어떻게 될지가 영변과 강선의 운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영변과 강선을 겨냥한 무기는 GBU-57만이 아니다. 우리 군은 GBU-57 위력에 버금가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현무-
5' 지대지 미사일을 지난해 공개하고 실전 배치하기 시작햇다.
2025.06.19(목) / 한국일보 / 정영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