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도시' 이스파한 핵 미스터리
모로코 출신의 모험가 이븐 바투타는 이 도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크고 아름답다." 14세기 구대륙 곳곳, 오늘날 기준으로 44개국을 다닌 그의 눈에 비친 페르시아(이란)의 이스파한 풍경이다. 그의 기록은 왕오천축국전 등과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순례자에게 너그러우면서 베풀기를 좋아한다고 하니 도시민에 대한 인상 또한 깊었나보다. 이슬람 뿐만 아니라 조로아스터교 유적도 산적한 이스파한은 기원전 형성된 고대 도시로, 현재 이란의 3대 도시이고 이맘 광장은 세계문화유산이다.
트럼프 집권 1기인 2020년 1월 솔리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에 대응한 이란의 보복 위협에 트럼프는 공격 표적 52곳 설정을 밝히면서 문화유적도 있다고 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탈레반의 실크로드 불교 유적 폭파나 아프리카 말리 반군의 14세기 이슬람 유적 파괴는 국제사법재판소의 전쟁범죄 판결을 내렸다. 비교적 늦게 알려진 이스파한 핵시설은 그 중요도에 비춰 공격 대상 0순위라 트럼프의 위협이 허세만은 아니다.
우라늄 탄은 크게 두 가지 공정을 거친다. 우라늄 정제를 원심분리기로 농축하는 과정과 농축 가스를 우라늄 금속으로 전환하는 무기화 과정이다. 지난달 미국이 타격한 이란 핵시설 가운데 포르도와 나탄즈는 전자에, 이스파한은 후자에 속한다. 미국은 지하 농축시설에 대해 B-2 전폭기로 무게 14톤의 고위력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반면 핵 변환시설이 있는 이스파한엔 탄두 중량 0.5톤의 초정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썼다. 핵 능력 제거 여부 논란이 일자 이스파한 핵시설은 지하 깊이 자리해 벙커버스터를 쓰지 않았다는 게 미 합참의장의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설명이다.
인류 문화유산 파괴 부담에 대재앙을 피한 곳이 일본의 천녀 고도 교토다. 2차대전 시기 맨해튼프로젝트에 따라 미국이 최우선 핵 투하 목표로 삼은 곳이 군수공장이 밀집한 교토다. 하지만 주일 대사를 지냈던 전쟁성 장관이 강력 반대해 교토는 제외되고, 히로시마가 낙점됐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이스파한 미스터리에 어떤 비화가 있을지 새삼 궁금하다.
2025.07.02(수) / 한국일보 / 정진황 논설위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