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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푸틴' 갈리바프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 한 달이 된 가운데 종전 협상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믿을 만하고 존경받는 인물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도 관심사다. 외신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이는 모하마드 바게르갈리바프(65) 이란 국회의장이다. 군부 출신 강경파이지만 입법·행정 경험까지 갖춘 실용적 지도자로 평가된다.

 

  갈리바프는 1961년 이란 동북부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미국의 공습 첫날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고향과 가까운 곳이다. 신임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도 먼 친인척 관계로 알려졌다. 테헤란대를 나와 정치지리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1980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창설되자 곧바로 입대,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참전했다. 항공우주군 사령관을 거쳐 2000년 경찰청장으로 올라섰다. 2005년부터 12년간 테헤란 시장을 맡았고, 대선에도 5차례나 나섰다. 군부 신뢰를 받고 있는 국회의장이란 점은 미국이 대화 상대로 염두에 둘 만하다.

 

  프랑스에서 에어버스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실도 특이하다. 테헤란 시장 시절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2일 전쟁'과 이번 공습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동성 덕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소련 KGB 출신으로 상트페테르브르크 부시장을 거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견줘 '이란의 푸틴'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갈리바프 본인은 군인 출신으로 팔레비 왕조를 열고 국호를 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바꾼 레자칸을 흠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리바프는 자신이 협상 파트너로 언급되자 '가짜뉴스'라고 강력 부인했다. 미국을 향한 "가차 없고 끊임없는 보복'도 예고했다. 트럼프가 해병대와 공수부대를 이란 해역으로 이동시키면서 협상설은 시간벌기용 연막작전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역사적 협상들도 시작은 늘 기싸움이었다. 협상은 전쟁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쟁의 끝이 아니라 연장인 셈이다. 이미 1,500~1만 명의 사망 피해를 낸 이 전쟁에 마침표, 아니 쉼표라도 찍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6.03.27(금) / 한국일보 / 박일근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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