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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50년 "다르게 생각하라"

  1976년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한 컴퓨터 동호외에 당시 HP 직원이었던 26세의 스티브 워즈니악이 직접 설계한 컴퓨터 회로기판을 선보였다. 이를 본 고교 5년 후배 스티브 잡스가 사업을 제안, 4월 1일 차고에서 출범한 게 바로 애플컴퓨터였다. 이 작은 기업이 애플2와 매킨토시를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열었다.

 

  반세기 애플 기업사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은 2007년 8월 잡스는 검은 거북목 옷에 청바지를 입고 무대 위에 올라 "아이팟, 휴대폰, 인터넷 통신 등 이 3가지 혁신을 하나로 합쳤다"며 아이폰을 소개했다. 상상도 못했던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은 사람들을 단순에 사로잡았다. 이후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꽃피우고, 기술과 앱 생태계는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애플의 홈페이지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Think different.)이 언제나 애플의 핵심 가치였다"고 강조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기념식에서 "애플의 꿈은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며 "인간의 잠재력을 열고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기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계속 넓혀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각에선 애플의 성공 비결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고 강조한다. 직관적 사용자 경험도 인간을 중심에 둔 결과다. 품질에 대한 집착도 조명되고 있다.

 

  앞으로도 애플의 혁신이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과제도 적잖다. 그러나 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혁신은 다르게 생각할 때 가능하다는 명제가 주는 의미는 적잖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선진 기술을 빨리 모방하고 따라잡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런데 추격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혁신이 새 동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항상 인간을 중심에 두면서 다른 생각과 도전도 용인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는 게 먼저다. 한국에서도 애플같은 혁신 기업을 잇따르게 만드는 건 결국 우리손에 달렸다.

 

2026.04.03(금) / 한국일보 / 박일근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