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방송인 윤성빈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에서 한 캥거루족 관련 발언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요즘 30대에도 캥거루족이 많다"는 스태프 말에 "왜 독립을 안 하냐", "막 써서냐, 일하는데 왜 (돈이) 없냐"고 되물어 비하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최저시급으로 월 230만 원을 버는데 월세와 관리비 100만 원, 식비와 교통비 제외하면 생활이 어렵다는 스태프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탓이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 생애 과정 변화와 빈곤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시점에 부모와 함게 사는 비율이 1971~1975년생 22.8%, 1976~1980년생 29.2%, 1981~1986년생 41.1%로 조사됐다. 어림잡아 서울 거주 35세 청년 10명 중 4명 이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란 얘기다. 현실이 이러한데, 자립심 부족 등 개인 탓으로 여기는 듯한 윤씨에게 대중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캥거루족 현상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이 있다. 전 세계적 경기 불황에 취업이 힘들어지고 교육비 부담, 높은 주거비 등으로 사회에 진출한 경우에도 이전 세대만큼 경제적 자립이 쉽지 않다. 미국의 '부메량 키즈', 영국의 '키퍼즈(부모의 연금을 좀먹는 사람)', 일본의 '패러사이트 싱글(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 등 부정적 시선이 담긴 표현들에 비하면 캥거루족은 그나마 귀여운 축에 속한다.
캥거루족 연령대가 사회 초년생에 그치지 않고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문제다. 자녀 세대의 자립 지연 등에 따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례로 일본에선 1990년대 취직 빙하기를 겪은 세대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들의 부모인 7080세대가 사망할 경우 이들의 연금에 기대어 살던 4050세대 자녀의 생계가 끊기게 되는데, 이를 4070 또는 5080 문제라 부른다.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도 남 일은 아니다. 청년 취업 및 주거 지원과 동시에 정년 연장 등 두 세대를 연계한 사회적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2025.04.18(금) / 한국일보 / 김회경 논설위원
'칼럼베껴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세 포화 속 빛나는 현대차-포스코 '쇳물동맹' (1) | 2025.04.22 |
---|---|
미국판 '수에즈 모멘트' (0) | 2025.04.22 |
'현직 비판 않는다' 불문율 깬 美 전직 대통령들 (0) | 2025.04.22 |
美-日 관세 협상에 깜짝 등판한 트럼프 (1) | 2025.04.21 |
'중증외상 스타 의사'의 자기 부정 (0)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