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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껴쓰기

UAE서 이란 미사일 90% 선 요격한 '천궁-2'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에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잃은 이란은 바로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물론 미군이 주둔한 페르시아만 건너편 산유국들을 자폭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것이다. 특히 이틀간 탄도미사일 165발과 순항미사일 2발, 그리고 드론 541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집중됐다. 하지만 실제 피해를 입힌 건 드론 34대뿐, 나머지는 모두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요격률은 93%가 넘었다.

 

  미 군사기지가 있는 중동 국가들은 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PAC-3 MSE)'으로 영공을 보호한다. UAE가 유독 주목 받은 건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유오무기 '천궁-2(M-SAM II)'가 실전에 배치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서다. UAE는 2022년 32억 달러어치의 천궁-2 도입을 결정했다. 천궁이 이번 방어 작전에 투입됨에 따라 우리가 수출한 국산 무기로는 첫 실전 투입이 됐다. 이란은 저가 드론과 미사일을 꾸준히 뿌려 상대국의 값비싼 방공망무기를 소진시키는 '가랑비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범용 페트리엇'이라 불리는 천궁-2 역할이 더 커지는 셈이다.

 

  천궁-2는 미사일을 일단 공중 10~30m 정도로 띄운 뒤 로켓엔진이 점화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쓴다. 직접 목표물을 맞히는 '직격 요격(hit-to-kill)' 이라는 점에서 미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과 방식이 유사하다. 미사일 한 발 가격은 패트리엇의 20~30% 수준에 불과해 '가성비'가 탁월하다. 저가 무기 공격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UAE에 이어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총 60억 달러 어치의 천궁-2 도입 계약을 맺은 것도 그 덕분이었다.

 

  방위산업은 세계 정세가 어지러울수록 호황을 맞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시도 등은 유럽 각국이 방위체계 고도화에 서둘러 투자하도록 등을 떠밀었다. 한국 방위산업은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였다. 작년 12월과 올 1월 폴란드, 노르웨이와 각각 다연장로켓 '천무'를 공급하기로 했다. 둘을 합치면 8조 원이 넘는다. 전쟁 장기화 우려가 나오는 중동에서도 한국을 향한 '러브콜'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된 끝에 7% 이상 폭락한 3일 방산주들은 '불기둥'을 쏘아올렸다. 천궁-2 제조사인 LIG넥스원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9.8% 상승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까지 더한 국내 '4대 방산업체'

의 수주 잔액은 작년 말 120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전투기, 장갑차, 미사일, 잠수함까지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 K방산이 어느덧 한국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6.03.04(수) / 동아일보 / 김창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