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눈 깜짝할 새 제거하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나 과거 적국 지도자 암살에서 어설픈 모습도 적잖게 노출했다. 대표적인 게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암살 시도였다. 1960년대 중앙정보국(CIA)은 눈엣가시였던 그를 없애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총동원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CIA의 불법활동에 대한 언론 보도를 계기로 1975년 미 상원이 조사에 나서 외국지도자에 대한 CIA의 암살 공작이 공식 확인됐다.
이 중 카스트로는 CIA가 1960년부터 1965년 사이 8차례 암살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마피아 조직원을 쿠바 정부 관리로 잠입시켜 카스트로의 음식에 독약을 투여하려다 실패했고 카스트로가 애연가라는 점에 착안해 치명적 독소가 든 시거를 이용하려 했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때를 노려 조개에 폭약을 설치하는 계획도 세웠다. 카스트로가 밀크셰이크를 주문해 먹는 호텔의 웨이터를 포섭해 독약캡슐을 넣으려고도 했으나 무산됐다.
1960년대 CIA의 암살 공작은 대개 이중첩자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카스트로에게 접근 가능한 인물을 포섭해 독약을 넣거나 폭탄을 설치토록 했는데 첩자들이 도중에 마음을 바꾸기도 해 애당초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카스트로 옛 연인도 CIA를 돕기로 했으나 막판에 카스트로에게 총을 겨눴다가 포기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번 하메네이 제거 작전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동선을 파악하고 기습공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첨단 테크놀로지가 활용돼 미국의 암살 능력도 비약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전쟁이 선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국 지도자를 암살하는 데 대 논란이 일자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외국 지도자에 대한 암살 공작은 헌법과 국가가 추구하는 도덕적 기준에 배치되며, 미 정부의 정책도구가 아니다'며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이후 암살(assassination)이란 용어 대신 표적 살해(targeted Killing)라는 개념을 내세워 테러리스트나 적국 지도자 제거를 정당화하고 있다.
2026.03.04(수) / 한국일보 /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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