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인류를 달 뒷면까지 다시 인도한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귀로로 진입했다. 우주 공간에서 펼쳐질 무한한 자원경쟁의 첫 장을 연 아르테미스 2호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바다로 착수할 예정이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아르테미스 2호가 달 뒷면에서 월평선을 배경으로 촬영한 '지구넘이 사진' 등 전쟁으로 지친 지구인들을 설레게 할 여러 광경을 선물로 공개했다.
아르테미스 2호가 보내온 장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외부가 아닌 우주선 내부 일상을 찍은 실시간 영상에서 나왔다. 지구로부터 가장 먼 지점(약 40만km)까지 비행 기록을 달성하기 불과 3분 50초 전, 우주인들 사이로 익숙한 '식품' 하나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었다. 이탈리아산 초콜릿 스프레드 '누텔라(Nutella) 한 통. 마치 누군가 가장 극적인 순간을 노려 던져놓기라도 한 듯, 누텔라는 적나라하게 상표를 노출한 채 지구인 시선을 빼앗았다.
역사상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PPL(제품 간접광고)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보도한 CNN 인스타그램엔 누텔라가 최고로 비싼 광고판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었다며 '기가 막힌' 마케팅에 놀랐다는 반응이 댓글로 이어졌다. 누텔라는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가장 멀리 여행한 스프레드가 돼 영광(Honored)"이라며 능청스럽게 행운을 즐겼다. 이제 막 구름판을 떠난 우주 여정사에 고스란히 상표를 남기게 됐으니, 그 값어치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뜻밖의 간접광고가 입길에 오른 경우는 드물지만, 우주 공간 상업광고는 갈수록 활성화되는 추세다. 1996년 재정난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펩시 콜라 광고를 촬영해 현금을 톡톡히 챙겼고 나사는 2019년 우주정거장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을 정도다.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는 속도만큼, 광활한 광고판을 둘러싼 글로벌 마케팅 경쟁 또한 빠르게 치열해질 것이다. '루나노믹스'라 불리는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테다.
2026.04.09(목) / 한국일보 / 양홍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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