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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토시를 찾았습니다"

  "다른 일을 하러 떠난다." 비트코인을 개발해 소스코드를 공개한 '사토시나카모토'가 2011년 4월 남긴 마지막 이메일이다. 이 '얼굴 없는' 창시자는 그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벌써 15년이 지났다. 현재 개당 1억 원 넘는 비트코인을 그는 110만 개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110조 원이 넘는다. 그의 실체가 21세기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이유다.

 

  언론인, 학자 등이 사토시를 찾으려 온갖 공을 쏟았다. 지금까지 거론된 이름만 100여 명. 2014년 뉴스위크는 동명의 일본계 미국인 엔지니어를, 2024년 HBO는 캐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피터 토드를 지목했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했다. "내가 사토시"라며 손을 든 이들도 있다. 2015년 호주 출신 컴퓨터 과학자 크리이그 라이트는 BBC 인터뷰에서 증거까지 제시했지만, 영국 고등법원은 증거 조작이라며 사토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엔 뉴욕타임스(NYT)가 탐사보도를 통해 영국 출신 암호학자 애넘 백(55)를 사토시로 지목했다. 기사 작성자는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탐사전문기자 존 캐리루. 그는 18개월간 인터넷 게시물 수천 건과 이메일 정밀 분석으로 4가지 근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①무정부주의자 집단 사이퍼펑크에서 가상화폐 구상을 밝힌 점 ②분산컴퓨터 시스템 등의 전문가라는 점 ③사토시 출현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는 점 ④글쓰기습관이 67곳에서 일치한다는 점.

 

  미국 최고 권위 일간지, 그것도 퓰리처상 수상 탐사기자의 보도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캐리루는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았다는확신이 들었다"고 원고지 50장 넘는 장문의 기사를 맺음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백은 즉각 "NYT의 확증 편향"이라며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사토시는 "나는 시작점으로만 남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게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시스템을 지키는 것으로 봤을 것이다. 창시자가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 힘이 쏠릴 수밖에 없으니까. 기자로서는 파헤치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사토시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2026.04.10(금) / 한국일보 /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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