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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껴쓰기

늑대는 잘못이 없다

  지난 3일 오전 대전 한 동물원에서 늑대 한 마리가 철조망 아래 흙을 파고 탈출했다. 귀소 본능이 강해 곧 돌아올 것이라는 동물원 측의 예상과 달리 늑대는 수일간 수색대와 숨바꼭질을 했다.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통령까지 "안전하게 돌아오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야생동물이 동물원을 뛰쳐나오는 일은 몇 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멀리는 1938년 창경원 내 동물원에서 키우던 여우가 탈출해 비원에 나타났다는 기사가 남아 있다. 맹수들의 탈출(시도)도 드물지 않다. 1998년 경남 진주시 한 동물원에서 벵골산 암컷 호랑이가 수컷들과 합사시키려 하자 놀라 5m 높이 펜스를 넘어 탈출했다가 사살됐다. 2015년에는 서울대공원 방사장에서 10년생 치타가 2m 높이 펜스를 뛰어넘었다가 관람객 앞 해자(깊이 3m)에 떨어지기도 했다. 2010년에는 여섯 살짜리 말레이 곰 한마리가 서울대공원 격리장 문고리를 앞발로 열고 탈출해 인근 청계산으로 도망갔다가 9일 만에 생포된 일도 있다. 동물원이 고향이라 해도 사육장을 벗어나려는 '야생성'을 인간이 원천적으로 제어할 길은 없는 법이다.

 

  2018년 퓨마 '뽀롱이' 탈출은 '동물원 폐지론'을 불러왔다. 뽀롱이는 동물원을 배회하는 습성이 있어 수의사들이 조용히 포획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우왕좌왕하던 동물원장이 이를 무시하고 대대적 포위 및 사살작전을 벌였고 뽀롱이는 엽사의 총에 최후를 맞았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동물원 폐지' 글에는 수만 명이 호응하기도 했다.

 

  야생 동물들을 포획 전시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온 현대동물원의 역사는 200년을 넘었다. 그러나 동물들이 겪는 극심한 전시 스트레스, 감금 사육 문제 등이 알려지면서 전시·오락적 성격의 동물원 운영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동물 탈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그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멸종위기 동물을 보존하고, 건강한 동물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크추어리(보호구역) 기능 확대 등 새로운 동물원 모델 구축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2026.04.13(월) / 한국일보 /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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