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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필요한 청년 정치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정치인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이다. 지난달 취임 후 '반값 비축미'를 공급해 쌀값 폭등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면서다. 지난 주말 실시한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에 적합한 후보 1위에 올랐다. 지난달 취임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지지율도 함께 회복 중이다.

 

  44세인 고이즈미는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2001~2006년 재임)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8세 때인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전 총리 아들이란 후광과 준수한 외모, 튀는 발언 등으로 유력 차기 총리 후보로 꼽혀 왔다. 이번엔 민생과 직결되는 쌀값 폭등 해결을 위해 '농림족'으로 불리는 정치인과 관료, 이익단체 카르텔과 맞선 정책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9년 환경장관 시절 "기후변화에 즐겁고(Fun),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알쏭달쏭한 발언으로 조롱거리가 됐을 때보다 성장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386세대가 각 정당에 대거 수혈되면서 청년 정치인이 주목받았다. 이들은 기성 정치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0년 초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선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현재 국민의힘에선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당내 권력 실세에 맞선 정풍운동이 대표적이다. 정치 기득권에 저항하는 모습을 각인시킨 것에 비해 뚜렷한 정책 역량은 보여주지 못했다.

 

  40세에 6·3 대선을 완주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한계도 비슷해 보인다. 청년 정치를 말하면서도 구체적 청년 정책은 물론 대선 후보로서 기본인 외교·안보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학식을 같이 먹는 이미지를 노출하고 네거티브 답습, 성별·세대 갈라치기로 상대를 논박하는 등 '저비용 고효율' 전략에 몰두했다. 그러다 TV토론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선을 넘고 말았다.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선거전략 개발보다 시간을 들여 정책 능력을 채울 때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6.21(토) / 한국일보 / 김회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