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베껴쓰기

눈총 받는 한미연합훈련

  "우리 전투기가 열 번은 떠야 북한은 겨우 한 번 띄울 겁니다."

  2016년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북한의 도발이 기승을 부릴 때다. 유엔 안보리가 수위를 대폭 높인 대북제재 결의 2270호로 항공유 유입을 차단했다. 전투기는 낡고 기름마저 부족해 북한 공군은 더 힘이 빠졌다. 공중전력의 출격 횟수가 한미 연합군과 비교해 10분의 1에 그쳤다고 한다. 절대 열세로 몰려 화풀이가 늘었다. 훈련 때마다 "북침 책동"이라고 트집 잡았다.

 

  10년이 지났다. 핵을 가진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군사연습도 진화했다. 반격과 응징을 넘어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대응 시나리오를 숙달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동맹의 확장억제로 틀어막지만 사태가 악화되면 방어로는 충분치 않다. 한반도 안보현실에 당연히 필요한 대비태세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시선이 곱지 않았다. 대화 분위기 조성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기대감에 한미훈련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그간 '쪼개기' 훈련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예정된 야외훈련 절반을 뒤로 미뤘다. 한미공동발표문에 북한, 위협, 도발, 대량살상무기라는 표현이 빠졌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훈련은 수단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미국과 각을 세웠다. 그래서 올해 훈련도 정상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유의 방패(FS)' 훈련이 9일 시작된다. 시뮬레이션 연습임에도 눈치를 봐야 했다. 일정발표를 연기할 정도로 미국과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 야외기동훈련을 둘러싼 양국의 파열음이 여전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핵공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비친다. 화염에 휩싸인 중동으로 주한미군을 차출해야 할 만큼 정세가 급박하다. 한미동맹 골간인 연합훈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앞서 우리 군의 역량을 입증해 나갈 기회이기도 하다. 더는 홀대받지 않아야 한다.

 

2026.03.06(금) / 한국일보 / 김광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