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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

  "미국에 반대하는 쪽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 2013년 12월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나온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의 이 발언 때문에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중국을 가까이하려던 한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그 바이든이 18일 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이 지지율에서 앞서지만 주별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치 지형 변화가 돈 문제로 직결되는 월스트리트에선 민주당이 대서과 상하원 선거를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 물결)에 올라타려는 투자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바이든의 경제정책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핵심은 증세(增稅)와 대규모 친환경 공공 투자다. 트럼프가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기 위해 35%에서 21%로 낮췄던 법인세율을 28%로 높이고 37%인 소득세율도 트럼프가 낮추기 전인 39.5%로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오바마케어 확대, 노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등 돈 쓸 데가 많아서다.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등 친환경 정책을 약속한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태양광 등 '바이든주(株)'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셰일오일, 방위산업 등 '트럼프주'는 약세다. 해외 수익에 물리는 세율을 갑절로 높이겠다는 공약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주가에 부정적이다.

 

  우리 경제에도 바이드노믹스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이든 당선으로 공화당보다 훨씬 규모가 큰 민주당의 2조 2000억 달러(약 2514조8000억 원)짜리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이 시행되면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원화 가치는 경제 회복세인 중국의 위안화를 따라 움직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최근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완화될지도 관심사다. 바이든이 집권하면 트럼프 식의 무리한 보복관세 등 국제 경제 질서를 깨뜨리는 과격한 공격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중국 지도층과 사회체제에 대해 깊어진 미국인들의 불신과 누적된 무역 불균형 불만을 고려할 때 중국을 대하는 전략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중국으로선 조건만 맞으면 거래가 가능한 '장사꾼'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까다로운 존재일 수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 바이든'이 7년 전처럼 "중국 말고 미국에 베팅하라"고 한국에 요구할 때에 대비해 면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2020.10.16(금) / 동아일보 / 박중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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