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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껴쓰기

제 돈은 애지중지, 나랏돈은 펑펑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만들었다. 200명 가까운 인력을 투입해 4년여간 1만1175건을 조사하며 숱한 논란을 낳았다. 작년 말 문재인 정부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를 띄웠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건들을 다시 보겠다는 것이다. 연 예산 114억원과 인력 187명이 투입된다. 4년이면 450억원이 넘는다.

 

  정부는 과거사 조사와 정책 뒤집기에 엄청난 국민 세금을 써왔다. 8차례 세월호 진상 조사에 예산 650억원(가습기 살균제 사건 포함)이 들어갔다. 3000명 이상 숨진 미국 9·11 테러 조사위원회가 쓴 돈 1500만달러(약 165 억원)의 4배다. 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洑) 철거 결정에 혈세를 530억원 썼다. 전국 보 16곳 유지·보수 비용의 두 배에 이른다. 정작 보 철거는 지역 주민도 반대하고 여론도 나빠 실행하기도 어렵다. 국민 세금 530억원을 그냥 날린 것 아닌가.

 

  2017년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에는 46억여원이 들어갔다. 결국 원전 공사 재개 결론을 냈는데 정부는 오히려 탈원전 합리화 방편으로 이용했다. 돈만 쓰고 자기 마음대로 한 것이다. 최근 여당이 월성 원전 삼중수소 유출 의혹을 제기하자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급하게 조사단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중수로 전문가는 빼고 기계·지하수 전문가로 꾸린다고 한다. 또 돈만 쓰고 이상한 결과를 내놓을 게 뻔하다. 김해 신공항 검증위의 느닷없는 신공항 백지화 결정도 마찬가지다. 2016년 이후 신공항 타당성 조사와 계획 수립 비용 등을 포함하면 100억원 가까운 돈만 날렸다.

 

  대통령·총리 직속의 이런 조직은 일자리·저출산고령화·북방경제위원회 등 82개나 된다. 정부조직 법에도 없는 한시 조직인데, 작년 예산만 891억원이다. 1년에 회의 한번 안 연 곳이 수십 군데다. 일자리 없애고 저출산 촉진하고 북방경제 망치는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정부엔 자기 재테크에는 집요한 사람이 많다. 작년 여당 의원의 20% 이상이 2주택자였다. 전직 청와대 대변인은 '관사 테크'라는 신조어를 남겼고, 모 장관은 기막힌 타이밍과 알박기로 '부동산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녀가 안쓰러워서 20억 아파트를 증여'하고, '40평대 집이 좁아 50평으로 옮겼다'는 의원도 있었다. '전월세 상한제법' 에 찬성하더니 자기 집 전세금은 4억원이나 올렸다. 자기 돈은 그리 애지중지하면서 나랏돈은 아무렇게나 쓰나.

 

2021.01.21(목) / 조선일보 /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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