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사정부 청와대 경호실은 위세가 대단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장차관을 호령하는 등 대통령 권력으로 호가호위했다. 청와대 직속으로 운용하는 대통령 경호조직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결과다. 서방 대부분의 국가는 경찰이나 국토안보부 소속 경호팀에서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다. 민주 정부 이래 위세가 크게 꺾였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여전히 그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경호처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양산 사저를 담당할 경호인력으로 65명을 증원한다는 것인데, 의무경찰 폐지로 방호 인력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양산 사저 방호 인력은 역대 전직 대통령의 두 배 이상"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로써 김영삼 정부 이래 500명대를 유지하던 경호처 정원은 700명에 육박하게 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160명 이상이 늘었다.
민주 정부 아래서 대통령 경호조직은 축소운영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김영삼 정부가 처음으로 민간 경호 전문가를 경호실장에 임명하면서 군인 출신 일색의 경호실을 탈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력은 경찰청장 출신을 경호실장에 앉혔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관급 경호실장을 차관급 경호처장으로 직제를 바꿨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호실로 격상되는 반동이 있었으나 문 대통령이 다시 바로잡았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국제표준에 맞추겠다며 청와대 경호실 폐지까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던 경호처는 폐지 대신 몸집을 불리며 되레 퇴행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처의 공보조직도 특이하다. 홍보수석실이라는 엄연한 공식 기구가 있는데도 경호처는 국가안보실에도 없는 공보관을 운용하고 있다. 연간 평균 2~3건의 보도자료를 내다 올해는 한 건의 실적이 없는데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공보관은 지금까지 끄떡없다. 그러면서 경호처 정원 확대에 맞춰 공보관 아래 공보담당 직원을 충원하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거꾸로 가는 경호처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2021.08.09(월) / 한국일보 /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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