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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對 접종의 경주

  영국이 12일 고위험군과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영국 성인의 58.5%인 3219만명이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것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도 765만명에 달했다.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지난 1월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하루 1820명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1일 7명으로 극적 감소를 보였다. 영국 정부는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경제활동 재개를 본격화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이 변이 바이러스와 경주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평했다.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와 대량 접종 간의 경주가 진행 중이다. 삶과 죽음, 일상과 속박 사이의 레이스다. 이스라엘에 이어 영국도 승기를 잡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변이 바이러스에 밀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4차 대유행은 변이 바이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루 400만명까지 접종하며 피치를 올리고 있지만 미시간·미네소타주 등 북부에서 뉴욕 변이 등의 세 확산이 만만치 않다.

 

  백신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와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다.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 등 기존 백신들은 모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초기 바이러스에 대항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변이는 바이러스의 특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는 새로운 변이를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감염 예방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보다 빨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속도 싸움이다.

 

  일단 확보한 백신은 최대한 빨리 접종해야 한다. 기존 백신이 변이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는 떨어질 수 있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는 있다. 미국 코로나 사망자 수도 지난 1월 3000명대에서 최근 800~900명대로 큰 폭 감소했다. 현재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심각한 변이가 출현하기 전에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영국·남아공·브라질 등 세 가지 변이가 들어와 있다. 우리는 백신이 태부족해 변이와 경주를 펼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접종률 2.4%로 막 스타트 라인을 떠난 정도다. 지금과 같은 접종 속도로는 언제 변이 바이러스를 따라잡고 역전할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백신 공급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스퍼트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을 갖고 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2021.04.14(수) / 조선일보 /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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