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는 남편이 남긴 데모 테이프를 비틀스 멤버들에게 전달했다. 1980년 총격으로 사망한 레넌이 몇 년 전 작곡해서 녹음한 것이다. 비틀스는 여기에 담긴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 '리얼 러브(Real Love)'를 되살려 1995년과 1996년 비틀스 미발표곡 모음집(Anthology 시리즈)에 담았다. 그런데 그때 복구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
남겨진 한 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이 2일(현지시간) 발매됐다. 비틀스 멤버 중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만이 생존해 있지만, 이 곡엔 4명이 모두 참여했다. 43년 전 사망한 레넌의 목소리, 22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지 해리슨의 기타 연주가 들어가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현재의 매카트니와 스타가 과거의 젊은 비틀스 멤버들과 어울리며 화음을 선사한다.
레넌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 데모 테이프를 만들었는데, '나우 앤드 덴'은 테이프의 음질이 나빠서 레넌의 목소리와 피아노 소리를 분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며 레넌의 목소리 분리에 성공했다. 매카트니는 "존의 목소리가 나타났어요. 아주 선명하게요"라고 복원의 순간을 전했다. 해리슨의 기타 연주는 1995년 녹음해 둔 것을 사용했다. AI기술이 적용됐다고는 하나, '나우 앤드 덴'에 가짜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AI는 비틀스 멤버들이 시공을 초월해 협업하도록 도왔을 뿐이다.
아마도 이 곡이 비틀스 전 멤버가 참여한 마지막 노래일 것이라고 한다. 레넌의 후반기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돼 단순하면서도 깊다. 가사는 지금이나 그때나 항상,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를 사랑하는 세계 팬들의 마음이라고도 할 만하다.
'내가 이겨낸다면/ 그건 모두 너의 덕이지/ 가끔/ 네가 그리울 거야/ 오 가끔은/ 네가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해/ 항상 내게 돌아와 줬으면 해.' 비틀스의 마지막 선물은 뮤직비디오 조회수 약 2,000만 회에 이르렀다.
2023.11.07(화) / 한국일보 /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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