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의 힘은 막강하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주무른다. 고위공직자 인사를 검증하고, 공직기강을 점검하고,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한다. 이름 그대로 민의 수렴도 한다. 차관급이지만 권한은 장관급 이상이다. 다른 모든 수석실의 힘을 다 합쳐놓은 것보다 크다고들 얘기한다. '왕수석' '대통령실 내 검찰총장'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힘을 견제해야 한다며 없앴다가도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 다시 살린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기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비서관으로 격하했다가 '옷 로비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2년 만에 부활시켰다. 윤석열 정부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 나흘 만에 민정수석실 폐지를 발표했다.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그래놓고 2년 뒤인 작년 5월 총선에서 참패하자 "민심 청취"를 구실로 부활시켰다.
권한이 많은 만큼 자질과 도덕성 기준도 높은 게 당연하다. 성하게 물러나는 경우가 흔치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에선
4년 남짓 기간에 민정수석이 무려 6명에 달했다. 막강한 권한을 유감없이 사용했던 우병우조차도 국정농단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박 대통령이 코너 끝까지 몰리자 경질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6명의 민정수석이 거쳐갔다. 초대 수석 조국이 법무장관으로 '일시 영전'
한 것을 제외하면 부동산 문제(김조원) 아들 논란(김진국) 갈등 조율 실패(김종호·신현수) 등의 이유로 줄줄이 불명예 퇴진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민정수석 오광수도 위태위태하다. 검사 시절 아내 부동산을 차명 관리하면서 재산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 자체로도 위법이지만, 부정하게 취득한 부동산을 은닉하려 했던 거라면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다. 저축은행 사주의 차명 대출을 알선해줬다는 논란까지 있다. 대통령실은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긴 해도 본인이 안타까움을 잘 표했다"며 덮고 갈 태세다. 이대로면 공직기강도 인사검증도 영(令)이 설 리 없다. "당신은요?"라 물으면 뭐라 답할 텐가.
2025.06.13(금) / 한국일보 /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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